Seoul Story 188

2013/1/


< 연극 거기>




거기엔 무엇이 있었나

유현진


내게 대학로의 공기는 여느 곳과는 다르게 청춘의 열정과 땀내음이 가득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봐왔던 연극들에서 조금은 어설프지만 누군가의 삶을 열정적으로 보여주는 배우들에 의해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을 느끼며 극장에서 나오곤 했다.


그러나 연극 ‘거기’는 지금까지의 연극 속 열정과는 조금 다른, 잔잔한 감동과 삶에 대한 인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 특별한 작품이었다. 가슴벅차는 열정보다 진짜 인생에 대한 생각과 상처에 대한 위로가 때론 더 감동적일 수 있다는 것을 거기를 통해 알게 됐다.


거기는 아일랜드 작은 시골마을의 한 술집을 배경으로 한 코너 맥퍼슨의 둑(The weir)라는 원작을 강원도의 한 술집으로 옮겨와 우리네 정서에 맞게 잘 그려낸 작품이었다. 기승전결 구조나 클래이막스는 없지만 다소 무섭게 느껴졌던 귀신이야기가 긴장감을 끝까지 놓지 않게 한다.


거기의 소소한 대화는 가족 드라마에서 나오는 ‘고등어가 얼마’, ‘반찬 맛이 어떻다’ 류의 소소함은 아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고, 그러는 와중에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꺼내고 하는 진짜 일상에서 오히려 자주 벌어지는 흥미로운 소소함이 나온다. 일상 속에서 우리가 주목하고, 함께 나누는 이야기들의 특별함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무대 위로 올라가 한 자리 잡고 맥주 한잔 함께 기울이며 “실은 나는 말이예요”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얘기를 풀어내고 싶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렇게 한껏 풀어내면 모든 삶의 고민들이 아무렇지 않게 내 안에서 녹아내릴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흘러가듯 나누는 대화들, 굳이 꼭 지금 이 순간 다급히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들이지만 그 흐름 속에서 결국 우리의 삶이 더 단단해지고 서로에게 위로받고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내 삶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바라보거나, 크나큰 결심으로 인한 변화를 가져오지 않아도 말이다. 그래서 모두 소통을 외치는 시대에 오히려 소통은 정말 소소한 것이라는 것을, 그 속에서 예측불가능한 감정의 변화도 작은 깨달음도 얻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된 ‘거기’였다.


주변에 있는 인물과 같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연륜있는 배우들의 연기도 이 감동을 배가시켰다. 아이를 잃은 엄마의 인생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크나큰 슬픔과 좌절의 이야기조차도 담담한 어조로 말하는 배우로 인해 더 잔잔한 슬픔과 감동으로 다가왔다.


거기에는 사람이 있었다.


 


Seoul Story NO.188


서울시민 유현진님이 보내주신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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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울컬처노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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