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ory 201

2013/1/
< 연극 거기>

 

우리네 삶이 시작되는 그 곳, 거기



서울시 문화블로그 이벤트를 통해 연극 <거기>를 관람할 수 있게 됐다.
<거기>는 극단 차.이.무에서 하는 연극이면서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을 통해 눈에 익은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것으로 유명했다. 아울러 그들의 훌륭한 연기와 높은 작품성은 보기 전부터 입소문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극장에 들어가 객석에 앉았는데, 무대 세팅이 이거 심상치 않다. 지방의 한 술집을 배경으로 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디테일해도 너~무 디테일한 것이었다.


처음 등장하는 장우아저씨가 물 흐르듯 유려하게 대사를 시작해서 나도 극에 무리없이 빠져들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아저씨... 맥주를 물마시듯 계속 마시는 게 아닌가? 하지만 여기서 놀라면 아니 아니 아니돼오~! 뒤에 클라이막스가 있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장우아저씨와 뱅도(병도가 원래 이름이지만 사투리 때문에 뱅도로 불린다.)의 무미건조한 이야기가 계속된다. 카지노에 가서 진수 덕분에 조금이나마 땄다는 이야기에 뱅도가 놀라면서 놀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렇듯 스치는 대사에서도 현재 등장하는 인물은 물론 등장하지 않은 인물들의 성격이나 특징을 관객으로 하여금 짐작케 하는 영리함을 엿 볼 수 있었다.


뒤이어 진수 아저씨가 등장하며, 카지노 이야기를 좀 더 나누다가 춘발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아니, 사실은 춘발의 이야기가 아니라 춘발이 데리고 다니는 서울 여인 ‘김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시골 작은 마을의 술집은 어느새 서울 여인인 김정의 등장에 온 관심이 쏠린다. 곧이어 춘발이 그 여인을 데리고 술집에 온다는 소식에, 남노소(?) 할 것 없이 급히 치장하기에 바빠진다. 춘발과 여인의 등장으로 술집의 분위기는 무르익어 간다. 특히 진수아저씨는 지붕킥에서 세경이 아빠로 나와서 등장부터 재밌었는데, 극중 계속 술을 마시면서 개그 캐릭터를 담당하신다.


네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 대화는 사실 시시껄렁한 잡담 일색이지만, 묘령의 여인 김정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분위기는 미묘하게 흐른다. 김정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네 남자는 본인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해 여인을 위로한다. 춘발과 과음한 진수는 먼저 자리를 뜨고, 남은 장우와 뱅도, 그리고 김정 이렇게 셋이 대화를 나누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도 저런 공간이 허락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 인기리에 공연중인 <심야식당>이나 <거기>나 모두 자신만의 비밀스런 공간을 갈구하는 현대인의 마음을 대변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연극이 끝났을 때, 벌써 끝이냐고 친구와 눈으로 이야기했을 정도로 이야기는 잔잔하게 수평선처럼 흘러간다. 자극적인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익숙한 이라면 다소 심심할 지도 모를 이 이야기는 연극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 혹은 그 이후에 곱씹어봤을 때 더욱 좋은, 우리네 삶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Seoul Story NO.201


서울시민 윤인애님이 보내주신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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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울컬처노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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