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한 달 상관으로 지난해가 되어버린 2012년 12월 27일. 창천교회 지하 1층에서 각별한 의미의 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제1회 민들레 문학상. 국내 최초로 노숙인과 일반인이 함께 참여하는 창작 문학상이 만들어진 것이다. 들판이나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 민들레. 노숙인의 이미지와 겹쳐지는 상의 명칭이다.

이번 문학상에 대한 아이디어는 노숙인 자활을 위해 만들어진 잡지 빅이슈 코리아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빅이슈(THE BIG ISSUE)는 1991년 영국에서 창간한 대중문화잡지이며, 홈리스에게만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 자활을 돕고 있다. 데이빗 베컴, 버락 오바마, 레이디 가가 등 유명인이 표지모델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2010년부터 노숙인 자활을 돕는 빅이슈 코리아가 발간되고 있다.

제1회 민들레문학상에서 글제로 제시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집으로”이다.노숙인 응모자와 일반인 응모자를 구분하여 진행된 이번 행사에 노숙인 대상 글제는 “(나에게)집이란?”, 일반인 대상 글제는 “(나에게)집이 없다면?”이 었다. 첫 회이고 노숙인 창작 글을 모집한다는 점에서 과연 많은 응모작이 나올 수 있을까하는 우려와 달리 노숙인의 글 260건, 일반인의 글 520건이 접수되었다.
노숙인 응모 원고 260건 중 63.8%인 166건이 이메일 접수였다. 컴퓨터나 인터넷을 사용할 여건이 안 될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쉼터의 컴퓨터와 이메일을 통해 많은 작품들이 응모되었다.

수필 부문 대상작은 백효은 씨의「꿈의 공장」. 한 여성이 남편의 가정 폭력을 견디다 못해 세 아이와 집을 나와 이전 살던 집의 안방 크기만 한 방에서 의식주를 해결해야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려낸 작품이었다. 네 식구가 자기 집은 아니지만 새로운 공간에 정착하면서 주변의 다문화 가정, 벌레와의 전쟁, 옷 수선 일을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하루하루 희망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수필 부문 우수작은 박용규 씨의「사진 속의 집」. 한 남성이 청소년기의 가출 경험과 성장하여 회사 부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노숙을 하게 된 현재의 상황이 겹치면서 인생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막상 본인이 과거에 낮추어 보던 노숙인이 되고서야 돈, 권력, 명예, 지위 등이 모두 물거품과 같은 것이며 집을 잃고 나서야 진정으로 행복한 집은 마음속에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두 작품 모두 현재의 상황 속에서 좌절하기보다는 하루하루 벽돌을 쌓아가듯 희망을 쌓아가고 미래를 만들어 가야한다는 점에 공통적인 방점을 찍고 있었다.


민들레문학상에 대한 노숙인의 창작과 참여를 북돋우기 위해 민들레 문학특강 행사가 2012년 9월 14일부터 10월 15일까지 총 82회 강의로 진행되었다. 문학특강 행사는 시인, 소설가 등 문학 작가들이 직접 멘토로 참여하였고 시립양평쉼터, 나래자활쉼터 등 20개 시설에서 이루어졌다. 총 21명의 작가들이 참여해주셨는데 난생 처음으로 노숙인을 강의 대상으로 마주하게되어 오히려 첫 만남에는 작가들이 어색해했다고 한다.

한편, 어떤 작가의 경우에는 처음에 갔더니 작가를 복지사나 전도자라고 생각하다가 작가라고 하니 무척 좋아하셨다고 한다. 노숙인하면 떠올려지는 선입견이 있는데 강의를 맡았던 작가들의 이야기는 이와 많이 달랐다. 젊은이와 여성도 꽤 있었고, 홈리스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말끔한 분들, 또 의지와 가치관들이 분명하고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도 꽤 있었다고 한다. 어느 곳은 50대 분들이 많았는데 공부를 많이 하신 분,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책만 읽는 분, 시나 신문을 많이 보시는 분들이 꽤있었다고 했다. 오히려 작가들이 노숙인에 대한 틀에 박힌 생각을 깨는 소중한 기회였다. “그냥 집이 없을 뿐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가르치는 게 아니라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됐고 뭐라도 돕고 싶다고 생각했다. 일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시간 낭비가 아닌 도움이 되는 특강이 되고 싶었고 절실했다. 너무나 멀쩡한 분들이 계셔서 놀랐다” 참여 작가의 소감이다,

집이란 주제에 대해서는 반응들이 엇갈렸는데, 사실 집은 노숙인에게는 가장 아픈 이야기이다. 지금 당장 잠자리도 없는데 집에 대해서 무슨 글을 쓰냐고 했을 때 되려 작가의 말문이 막혔다고 한다. 어떤 작가는 현재 상황이 아닌 수강자들과 어렸을 적의 집 이야기를 하면서 재밌게 이야기를 풀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공통적으로는 민들레문학상의 목적이 수상이어야 하는 게 아쉬웠다는 지적있었다. 글쓰기를 배우는 분들이 이번에 많이 응모를 했는데 또 다시 열패감을 줄 수 있었다. 수상이 소수에게 주어지고 대다수 탈락하게 되는 것은 그동안 사회에서 낙오라는 경험을 다시 격고 되풀이하게 되는 점이 있다.

작가 입장에서 열심히 글을 쓰셨던 분이 ‘내가 그렇지 뭐’하고 풀이 죽어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이번 문학상 행사도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하여 그러한 점을 보완하려고 했는데, 앞으로 당선자와 탈락자 모두 행복한 기분으로 맞이할 수 있는 축제 형식의 시상식으로 더욱 발전했으면 한다. 응모하고도 비록 수상을 못한 분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이러한 문학상이란 행사를 통해 각자 잊고 있었던 창작 욕구와 삶의 의욕을 돋아내게 할 수 있었다고 본다.

이번 민들레문학상은 서울특별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빅이슈코리아, 주거복지재단이 함께 주최했다. 수상작은 빅 이슈 코리아에 실리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웹진 문장에도 게재된다. (글:강지훈)



마지막으로 시 부분 당선작을 소개한다.


 그 집 - 정승철 -

 나의 방에는 아주 작은 창문이 있다
 골목길에는 수줍은 달과 같이
 꼬마전구가 어두운 골목을 비추고 있다
 꼬마전구의 불은 낮에 옆집 누나가 준
 동화책을 비추고 있다

 저 동화책 내용은
 오늘 나를 어느 세계로
 이끌어줄까 기대하지만
 오늘도 우리 집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시간의 저편이라는 곳이 있다
 추억이라는 녀석인데
 내가 떠올리는 추억에는 전기불이 없다
 나는 상상의 세계로 떠나지 못하고
 이 방에서 한숨을 짓는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서울컬처노미안

최근에 달린 댓글

Yesterday898
Today548
Total2,340,181

티스토리 툴바